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 고사성어는 지금으로부터 2천 여년 전 중국 한나라 때의 장수로서 전장을 누비며 큰 공을 세웠던 조충국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한나라가 서북 변방에 쳐들어온 적군에게 패하자, 황제가 70세가 넘어 뒤로 물러나 있던 노장 조충국에게 사람을 보내어 누가 토벌군 대장으로 적임인지를 묻었을 때, 그는 자신을 능가할 자가 없다며 황제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때 황제가 조충국에게 적군을 토벌하는데 계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폐하,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옵니다[百聞不如一見].

무릇 군사(軍事)란 실지를 보지 않고는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오니 원컨대 신을 금성군(서북 변방)으로 보내주시옵소서.

계책은 현지를 살펴 본 다음에 아뢰겠나이다.”

결국 황제는 조충국의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윤허하였고, 그는 현지에 가서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계책을 마련하여 적군의 준동을 수그러지게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전에 조카 결혼식 참석차 차를 운전해서 보스톤에 다녀왔는데, 가서 뉴스에서만 접하던 눈으로 뒤덮인 도시의 광경을 직접 보고 위의 고사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지금까지 ‘눈’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은, 어려서 본 충청북도 고향의 산과 들과 초가집 지붕 위의 온통 하얗던 눈, 그리고 십여년 전 유럽 여행할 때 보았던 스위스의 알프스 산봉우리 융프라우에 펼쳐진 만년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스톤에 가서, 불과 3주 동안 거의 매일 내리다시피 해서 적설량이 무려 2미터에 육박하는, 엄청난 눈이 쌓인 광경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보스톤은 차로 달려 불과 7시간 거리인데 완전히 딴 나라였습니다.

저녁에 있었던 결혼식을 마치고 하루 밤 자고 돌아오려다가 곧 30 센티미터 이상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발이 묶일까봐 그날 밤 부랴부랴 돌아왔습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그 지역을 빠져나왔을 때 마치 적진을 뚫고 탈출한 기분이었습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 말이 이럴때 사용할 수 있는 적합한 표현임을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이 말은 ‘신약성경이 말하는 교회’에 적용할 때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도 나도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든가,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자든가, 유기적 교회가 답이라든가, 성령이 주도하는 교회를 경험해야 한다든가, 등등의 구호를 외치지만, 정말 성경이 말하는 교회생활을 시도하고 그것을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아무리 정확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어도 정작 성경이 말하는 교회생활을 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그렇게 살려는 사람들의 대열에 선뜻 참여하기에는 너무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그런 사람들을 만나도 자신이 정립한 유기적 교회라는 것의 청사진 내지는 교리 같은 것을 잣대로 들이대므로 여간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이루려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교회의 지체로 살기 보다는 조금 깨달은 것을 가지고 남보다 더 앞섰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주도하거나 리더를 하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성경이 말하는 교회생활이 물건너가버리곤 합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복음을 깨닫고 예수님이 머리이신 교회를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런 교회로 사는 교회생활의 모습을 보기 전에는 성경이 말하는 교회를 알고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교회에 관한 많은 이론보다는 먼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경이 말하는 교회생활을 실제로 살려고 애썼던 사람들의 삶을 장시간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보스톤의 눈 소식을 신문이나 TV로 끊임없이 접했던 것과 직접 가서 실제로 눈을 본 것과의 차이가 크듯이, 성경이 말하는 교회에 관한 많은 지식을 쌓은 것과 실제로 그런 교회생활을 보고 살고 경험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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