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유기적 교회의 방해요소 (2)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20

유기적 교회의 방해요소(2)

 

앞에서 언급했듯이, 오늘날 영적 상품을 파는 영적 가게로 전락한 교회들이 있는데, 이것이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하나님의 목적에 무지하기 때문에 기독교 2천 년 역사 속에서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교회 성장’을 목표로 매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교회 성장이란 물론 양적 성장 곧 교인의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이런 말이 등장하지도 않고, 또 이런 개념조차 없는데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에 그런 뉘앙스를 비치는 표현이 있지만, 이것은 벌어진 현상을 묘사한 것이지 초대교회가 그것을 중시했다는 뜻이 아님).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이 교회 안에 침투한 것입니다. 그러나 가게는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교회는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엡 4:13).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은 교회의 양적 크기를 목표로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양적 성장을 목표로 내건 교회는 영적 가게임을 표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영적 가게는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당연히 유기적인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시골 가게에서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 된 월마트

 

월마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에 무려 6천 개 이상의 대형 매장을 가진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지만, 60여 년 전 Arkansas 주의 작은 마을인 Bentonville에서 시작될 때는 아주 작은 가게였습니다.

경영의 귀재라 할 수 있는 샘 월튼이라는 사람의 ‘성장’을 목표로 한 비전이 시골 구멍가게를 오늘날 매주 미국의 인구의 절반인 1억 6천만 명이 찾는 초대형 매장 체인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월마트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확고한 조직으로 짜여 있고 명령계통 또한 확실합니다. 각 매장만 봐도, 수십 개의 부서로 나뉘어 있어 각 부서마다 매니저를 두고, 그 위에 매장 부매니저 몇 명, 그 위에 매장 전체 매니저가 있습니다.

매장의 부매니저 이상은 간부급으로서 매장 예닐곱 개 정도를 관장하는 지부 매니저의 통솔을 받습니다. 일단 부매니저로 발탁 되면 매장 매니저를 목표로, 그 다음은 지부 매니저를 목표로, 그 다음은 매장 100개 정도를 책임지는 구역 매니저를 목표로, 구역 매니저는 매장 몇백 개를 맡는 지역 매니저를 목표로, 지역 매니저는 기업 부사장을 목표로…

샘 월튼은 이런 조직을 만들어놓고 매장의 부매니저들에게 온갖 pride를 심어주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싶도록 동기부여를 해서 회사를 위해 온갖 희생을 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월마트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했습니다.

 

월마트는 성장이 목표이므로 매상을 올릴 수만 있다면 아이디어를 짜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고객이 월마트에 오면 웬만한 것을 다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그것도 값을 싸게 해서 구미가 당기도록 하게 하려고 생산업체들을 압박하여 제품가격을 인하시키고, 매장의 부서 매니저들에게 얼마만큼의 재량권을 주어 수단껏 매상을 올리도록 하고, 월마트 내 다른 매장들과의 경쟁을 부추깁니다.

심지어는 부매니저들을 매장 주위의 경쟁사들에 매주 잠입시켜 물건의 가격을 알아보게 한 다음 가격을 그들보다 항상 싸게 책정하고, 가능성이 있으면 어느 도시든지 들어가 매장을 오픈해서 주위의 소형및 중형 가게들을 줄지어 문 닫게 만듭니다.

월마트는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Washington DC 지역에 네 개의 초대형 매장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졸지에 고객 다 빼앗기고 망하게 될 위기에 처한 수많은 가게 주인이 반대 데모에 한창입니다. 그래도 월마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오픈하고야 말것입니다. 성장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월마트식 교회

 

월마트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월마트가 연상시키는 뭔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회의 선망의 대상인 잘 나가는 대형 교회들말입니다.

월마트 매장에 가면 소비자가 원하는 값 싸고 좋은 물건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듯이, 이런 교회들도 그런 식으로 신경써서 구비해놓습니다. 최첨단 시설, 매력적인 프로그램과 교육 시스템과 이벤트, 세련된 음악, 카리스마 있는 설교, 맞춤형 사역 등. 교회 성장의 필수요건이다시피 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일단 교회가 성장해서 커지면 교인 관리가 힘들므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그리고 더 성장하기 위해 교회 안에 여러 그룹들을 만드는데, 이것을 구역, 순, 목장, 셀그룹, 가정교회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교회 안의 교회’ 시스템입니다.

물론 요새는 많은 작은 교회도 성장을 위해 이런 것을 도입합니다. 월마트가 도입한 ‘SWAS’ 라는 시스템의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SWAS는 ‘Store Within A Store’ (매장 안의 매장)의 약자로서 이 제도가 실시된 이후 월마트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매장 안의 부서인데, 이 부서의 책임자인 부서 매니저(간부급이 아닌 시간 근무제임)에게 얼마간의 재량권을 줘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매상을 올리도록 한 것입니다.

교회로 말하면 소위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서 구역장이나 순장이나 목자 또는 셀그룹 리더 격인 포지션입니다. 이것은 이 세상과 교회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성장과 관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회는 ‘주님의 지상명령’ 또는 ‘영혼 구원’ 이라는 그럴듯한 명제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서 평신도들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지도자의 야망이 이런 명제들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야망인데 비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회 성장이라는 괴물

 

교회가 크든 작든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영적 가게나 매장을 운영하는 비즈니스적 사고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신부요 튼튼한 몸이어야 하는데 교회 성장이라는 괴물을 만나 이상한 모습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유기체가 아니라 물건을 생산해내는 기계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십 여년 전 영국에서 연구생활을 할 때, 여름방학을 맞아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유럽여행을 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방문할 도시들의 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았는데, 그 중 한 도시만 이미 모든 호텔의 예약이 꽉 차서, 할 수 없이 한인 민박집을 구해 방 하나를 예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도시를 거쳐 밤 늦게 그 도시에 도착해서 그 민박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립주택의 작디작은 방 세 개짜리 집에 사람들이 무슨 야전병원처럼 발디딜 틈도 없이 여기저기 누워 자고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도, 응접실에도, 복도에도, 부엌 앞에도, 화장실 앞에도 약 삼십 명쯤 되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 한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수십 명의 땀냄새와 음식냄새가 섞여 뒤범벅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돼지를 키워봤지만 돼지 우리에도 그 정도로 돼지를 많이 집어넣지는 않습니다.

아침이 되어 한참 순서를 기다렸다가 욕실이라고 하기엔 더럽기 짝이 없는 아주 작은 공간에 들어가서 샤워 비슷한 것을 하고, 아침식사를 침대 위에서 하라는 주인, 방값을 고스란히 받은 주인을 뒤로 하고 악몽같은 그곳을 탈출해 나왔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것은 민박집 주인이 매상을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객이 편히 쉬고 잠 잘 공간이 되어야 할 민박집을 피곤을 배가시켜 고문을 가하는 고통스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집 주인도 입이 있으니 할 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여행객은 밀려 들어오고, 잠자리는 부족하고,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불편을 감수하십시오. 한 사람이라도 더 재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종종 듣는 말 비슷하지 않습니까?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맘 편하게 교회생활 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이 많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헌신하십시오.”

이전에 저도 많이 강조하던 말입니다.

 

그러나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문제는 성경 어디에도 교회 성장을 목표로 매진하라는 말이나 개념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구멍가게에서 편의점으로, 그 다음 중형 매장으로, 그 다음 대형 매장으로, 그 다음 초대형 매장으로 가는 매상 올리는 방법이 이 세상의 비즈니스에서는 통하지만,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와 신랑으로 모신 그리스도의 몸이요 신부인 교회의 길은 아닙니다.

우리는 기계도 아니고, 제품이나 상품도 아닌 하나님의 생명을 받은 예수님짜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런 기계나 상품을 파는 영적 가게나 매장이 아닙니다.

교회는 하늘에 속한 예수님짜리가 하나 되어 생명의 교제를 통해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유기체입니다.

 

교회 성장이라는 괴물 같은 것이 유기적 교회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갖 인위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사람을 모으는데 올인하게 하고, 유기적 교회를 지향한 다음과 같은 사도 바울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엡 4: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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