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16
종교적 신념의 문제(2)
지난 번에 언급했던 대로 종교적 신념에 한번 사로잡히면 그것이 틀이 되어 헤어나지 못하게 됨을 Family Radio의 해롤드 캠핑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2011년 5월 21일에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휴거가 일어나고 심판이 시작되어 날짜변경선 바로 서쪽의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어마어마한 지진이 온 지상에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예언이 불발되었는데도, 그는 이틀 후에 기자회견에서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확신을 계속 고수했습니다.
2011년 5월 21일은 눈에 보이는 휴거와 심판이 아닌 예수님의 영적 재림과 영적 심판의 시작이었다면서 다섯 달 후인 10월 21일에 자신이 말했던 일이 실제로 다 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웬만해선 종교적 신념은 바뀌지 않는다
해롤드 캠핑은 수십 년 동안 성경만 붙잡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수많은 성경구절과 숫자를 짜집기 식으로 조합하여 황당한 계산을 해냈습니다. 조금도 오차가 없는 빈틈 없는 계산이라며 2011년 5월 21일의 휴거와 심판의 시작을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의 논리 대로라면 그 계산은 하나도 틀린 게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논리가 틀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틀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나타나서 또 궤변을 늘어놓았던 것을 보면 그 틀린 논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적 신념의 함정입니다.
2011년 5월 23일 저녁, 한 시간 이상 지루하게 계속된 그의 기자회견을 듣고 있으려니 참으로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이 소리 저소리로 변명하며 횡설수설하는 그의 주장을 종합해보니 불발된 2011년 5월 21일의 휴거와 실제 심판의 시작을 제외하고는 이전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그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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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5월 21일부터 1994년 9월 6일까지 이 세상의 모든 교회에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되어 예수님이 교회를 떠나시고 하나님이 사탄을 사용하셔서 교회를 지배하게 하셨다. 고로 이때부터 구원 받은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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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7일부터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푸셔서 교회 밖에서 구원 받을 수 있는 길을 여셨다. (1994년 9월 6일에 휴거와 심판이 시작된다고 예언했다가 불발하니까 계산 착오라며, 그래도 그 날 바로 다음 날인 9월 7일부터 하나님의 은혜가 베풀어졌다고 주장함. 계산은 착오이지만 그 날은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는 변명으로 둘러댔음.) 그래서 교회는 계속 심판 아래 있지만 교회 밖에서 개인이 구원 받는 역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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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1일에 예수님이 영적으로 재림하셔서 이 세상을 심판하시기 시작하셨으므로 이제부터는 다시 아무도 구원 받을 수 없다. (이번에도 불발하니까 영적 재림이라는 성경적 근거가 없는 설을 만들어 둘러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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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1일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 완전히 이 세상은 끝나고 만다.
저는 해롤드 캠핑이 다섯 달 후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으면 또 어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했습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엔 그래도 그의 종교적 신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가 그 신념으로 요지부동의 틀을 짜 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섯 달 후에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데, 그가 그 후 얼마동안 별 말 없이 앓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의 마음 상태를 알길은 없습니다.
모순 투성이의 종교적 신념
2011년 5월 21일에 예언이 불발되었다고 실망하고 허탈해했던 해롤드 캠핑의 추종자들 중 상당수는 그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아마 그의 종교적 신념을 계속 신뢰하며 다시 다섯 달 동안 기다렸을 것입니다.
2011년 5월 21일의 심판을 경고하기 위해 자그마치 1억 불을 들여 5000개가 넘는 고속도로변의 빌보드와 20대의 캠핑카를 사용한 캠페인은 끝났지만,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종말이 온다고 재산 다 정리하고, 있는 돈 다 Family Radio에 헌금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평생 좌절 가운데 살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종교적 신념을 따른 대가가 실로 엄청납니다.
그런데 참으로 해괴한 것은 2011년 5월 23일 해롤드 캠핑의 기자회견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밤 10시 경 끝난 직후 Family Radio의 한 아나운서가 성경구절을 들이대며 그 다음에 한 코멘트였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한 마디로 빗나갔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는데 그것은 베드로 후서 3장 9절에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라는 말씀처럼 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더 많은 영혼이 회개하고 구원 받게 하시려고 5월 21일의 실질적 심판을 유보하신 것이라는 궤변입니다. 방금 전에 해롤드 캠핑이 그 날을 기해 하나님께서 다시 심판을 시작하셔서 아무도 구원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정반대의 코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이리 저리 주워담는 모습에 실소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워낙 자신들의 신념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완전 모순인데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로마 카톨릭도 개혁자들도 그랬고, 오늘날의 이단들도 정통교회도 누구도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자신이 짜놓은 틀을 고수하기 위해 성경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모순인데도 또 성경을 들이대고 합리화시키곤 합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이것 저것 갖다가 써먹는 사람에게는 성경 안에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고, 성경을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대로 받아적었다고 믿기 때문에 성경구절 어디를 갖다 대도 그들에겐 다 하나님의 음성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신념이 왜 위험한가?
왜 이렇게 해롤드 캠핑에 관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느냐 하면 종교적 신념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교회가 세워지는 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이를 증언하고 있고, 또 기독교 2천 년 역사가 이것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한번 어떤 종교적 신념에 세뇌되어 버리면 달리 생각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들은 요즈음으로 말하면 구원의 확신이 너무 투철해서 자기들이 하나님께서 특별히 택하신 존재이고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을 지키고 흠없이 의롭게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 심판 받아도 자기들은 끄떡 없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들을 지칭하시며 “독사의 자식들”이라 하셨고, 또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는 비유를 드셨습니다. 즉 바리새인들만 심판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도 똑같이 심판 받는다는 말씀입니다.
이게 바로 종교적 신념의 위험성입니다. 자신은 하나님, 예수님을 위한다며 신념을 갖고 행하지만 정작 주님과는 관계가 없고, 또 그 신념으로 다른 사람들을 세뇌시켜 망하게 하거나 아무런 영적 영양가도 없는 종교생활에 평생을 낭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해롤드 캠핑이 이것의 대표적인 예이지만 그가 휴거와 심판의 날짜를 제시한 것 빼놓고는 오늘날 종말론이나 다른 교리들로 교인들의 삶을 조작하고 좌지우지하는 지도자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수천 만 권이나 팔린 ‘Left Behind’ 라는 책을 씨리즈로 쓴 팀 라헤이라는 목사가 휴거와 심판 날짜를 제시한 해롤드 캠핑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것은 해괴할 뿐만 아니라 100퍼센트 틀렸다” 라고 했는데, 제가 볼 때는 해롤드 캠핑이나 팀 라헤이나 똑같이 황당한 종말론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저녁이라도 재림하실 수 있는데 둘 다 똑같이 사람들을 자꾸 말도 안되는 종말의 현상에 집착하게 해서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일에서 멀어진 삶을 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사람들이 이같이 성경을 연구했다는 이들의 말을 믿고 휴거니, 7년 환란이니, 천년왕국이니, 이스라엘이 어떻게 될 것이니 하는 헛된 소리들이 정말 성경적인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장 지금 이 시간에 재림하시면 아무 소용도 없는 이론들인데 그것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이게 위험한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진리인 줄로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목적과 의도를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종말론의 예를 들었지만 이것은 기독교 전반에 걸친 다른 교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리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세뇌시켜 달리 생각지 못하게 하고 하나님의 목적과 의도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앞에서 이미 살펴본 해롤드 캠핑의 ‘성경은 성경으로만 풀어야 된다’는 논리 같은 것이 좋은 예입니다. 성경이 하나님께서 직접 불러주신 대로 기록된 책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 그럴 듯한 논리가 생겨납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2011년 5월 21일 토요일 오전, 그러니까 뉴질랜드는 하루가 다 지나고 거의 자정이 되었을 무렵, 예언이 불발된 지금 방송에서 뭐라고 하나 들어보려고 Family Radio를 켰더니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토요일 아침엔 항상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었던 것 같았습니다.
미리 녹음된 것이겠지만, 사회자가 코멘트를 하고, 찬송을 들려주었다가, 성경퀴즈도 냈다가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어린이들을 향해 계속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성경의 모든 말(every word)은 다 하나님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불러주시는 대로 모세가 모세오경을 기록했고, 하나님이 불러주시는 대로 다윗은 시를 읊었고, 붓을 들고 있던 바울에게 하나님이 불러주셔서 편지를 썼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단지 하나님의 손에 쥐어진 붓 역할만 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향한 성경에 관한 교리 세뇌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게 과연 아이들의 신앙에 도움이 될까요?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머리가 커지면 신앙에 회의 정도가 아니라 ‘조롱을 할 거리’를 하나 제공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실이 아니고 자신들이 만든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기독교 교리 중에 이런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것들이 허다합니다. 이런 것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목적에 입각한 교회를 세우는 것은 요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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