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3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

 

에베소서 3장은 사도 바울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하려던 말을 잠깐 멈추고 앞에서 이미 했던 얘기로 돌아가 더 자세히 설명을 해놓은 것입니다.

개역성경 3장 1절의 “이러하므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을 위하여 갇힌 자 된 나 바울은……” 의 “……”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역개정판은 헬라어 원문에 있는 이 중요한 부호를 삭제해버려 유감임).

바울이 감격에 휩싸여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3장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그가 1장에서 이미 강조했던 것에 보충설명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는 바울이 감옥 안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상태에서 쓴 편지인데, 그는 뭔가에 감격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바울이 직접 쓴 것이 아니고 제자가 바울이 부르는 대로 받아썼을 것임).

헬라어 원문에 보면 1장 3절부터 14절까지가 단 한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한 문장에 바울이 사용한 단어가 무려 202개나 됩니다. 정신 없이 써내려 가다 보니 문장을 끊지 않고 계속 길게 이어나간 것입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기도를 합니다 (1:15-19). 뭔가 한참 흥분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럼 바울을 이렇게 감격하게 하고 흥분하게 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울을 흥분케 한 것

 

바울을 이렇게 흥분케 한 것이 무엇인지 아래의 구절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에베소서1:9)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에베소서 3:2)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에베소서 3:7-9)

 

그렇습니다. “경륜”, 바로 이것입니다.

이 경륜이라는 것 때문에 바울은 에베소서 3장 1절에서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재차 강조한 것입니다.

이것이 그를 전율케 한 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부터 하나님께서 감추셨던 신비(비밀)인데, 이 경륜이라는 단어는 골로새서 1장에도 등장합니다.

 

“내가 교회의 일꾼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직분(“경륜”이라고 해야 함)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어졌던 것인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고.” (골로새서 1:25,26)

 

개역개정판은 여기서도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개역성경의 “경륜”을 “직분”이라고 바꿔버림으로써 바울이 말하려는 의도를 왜곡시켰습니다. 개역개정판 대로한다면 바울이 받은 직분이 비밀이고 또 그 직분이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어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닙니다. 그가 받은 직분이 아니고 그에게 계시된 “경륜”이 바로 창세 전부터 감추어졌던 하나님의 신비입니다.

그렇다면, 이 경륜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오이코노미아(oikonomia)

 

“경륜”은 헬라어로 ‘오이코노미아’인데, ‘경영, 운영, 관리……’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헬라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영어의 economy(경제)입니다. 요즈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Oikonomia의 발음이 비슷하게 economy로 된 것입니다.

이 단어는 oikos(집)와 nemo(운영하다, 경영하다, 관리하다……)의 합성어인 oikonomos에서 파생된 말로써, 글자 그대로 ‘집을 경영하다, 집을 관리하다……’ 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경륜은 쉽게 표현해서 ‘하나님의 집을 운영하는 계획’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집이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집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알아야 그 집을 운영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집에 대해서는 사실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시는 처소가 하나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성경구절들에 이 하나님의 집과 관련된 말이 도배되다시피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으로 하나님의 집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에베소서 2:19-22)

 

위의 말씀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집(oikos)과 관련된 단어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그네 – paroikos = para + oikos – ‘집 안에 있지 않고 집 밖에 있음’

권속 – oikeios: oikos에서 파생된 단어 – ‘가족의 일원’

세우심 – epoikodomeo – epi + oikodomeo(oikos의 동사형) – ‘… 위에 집을 짓다’

건물 – oikodome – ‘건축물’

처소 – katoiketerion – kata + oikos – ‘집, 거처’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 sunoikodomeo – sun + oikodomeo – ‘함께 집을 짓다’

 

바울이 교회 성도들에게 “너희”가 바로 ‘하나님의 집 밖에 있는 나그네가 아니라 하나님의 가족이고, 사도들과 선지자들이라는 집터 위에 지어지는 집이고, 예수님이 그 집의 모퉁잇돌이시고, 건축재료들이 연결되어 하나님이 사시기 위해 지어지는 집’ 이라고 했습니다.

즉 교회가 바로 하나님의 집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처소가 교회입니다.

이 하나님의 집인 교회의 운영계획이 “경륜(oikonomia)”이고 이 경륜이 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부터 감추어졌던 신비입니다.

바로 이것이 바울을 감격하게 하고 흥분케 했던 것입니다.

 

 

왜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인가?

 

위에 인용한 에베소서 2장 20절에 보면 “너희(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워졌다고 했는데,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고린도 전서 3장 11절에서 그리스도가 터라고 했던 바울이 여기서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을 터라고 했습니다.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것이 성경을 꼭 문맥과 저자의 의도로 해석해야 됨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여기서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한 바울의 의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비밀)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에베소서 3장 4,5절로 가야 합니다.

성령이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나타내기 전에는 그 누구도 그리스도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성령이 바울이나 베드로나 요한이나 바나바 같은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비밀을 알려주셨는데, 그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그 비밀을 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아담도, 노아도, 아브라함도, 모세도, 다윗도, 엘리야도, 이사야도…… 구약시대에 살았던 그 누구도 그리스도의 비밀을 몰랐고, 심지어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이전의 베드로와 요한을 위시한 12제자들도 그리스도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성령이 오셔서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알려주시기 전까지는 감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3장 9절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 이라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워졌다는 말은 그 사람들이 교회의 기초라는 뜻이 아니고 성령이 그들에게 나타내신 “그리스도의 비밀”을 가리킵니다.

그것을 바울은 “복음” 이라고 했습니다 (에베소서 3:6).

즉 복음이란 성령이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나타내신 그리스도의 비밀을 뜻하는 것이고, 이런 복음 위에 세워져야 참다운 교회라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반쪽 짜리 복음이나 반의 반쪽 짜리 복음 위에 세워진 것은 엄밀히 따져서 교회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로 말미암아

 

이 복음, 즉 창세 전부터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을 드러내는 존재를 바울은 “교회” 라고 했습니다 (에베소서 3:9).

이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천사들과 마귀와 악의 영들)”이 하나님의 지혜를 보고 놀라버렸습니다 (에베소서 3:10).

즉 하나님의 경륜은 사람들에게만 감추어졌던 게 아니고 천사들과 마귀도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세워지자 그들이 하나님의 지혜의 놀라움에 압도되어 버렸습니다.

 

이 하나님의 비밀, 지혜, 복음을 드러내는 교회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바로 이것 때문에 감옥 안에서 감격 속에 에베소서를 써내려 갔던 것입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이런 감격 속에서 교회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바울이 깨달았던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제 그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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