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리더십과 권위에 관한 오해 (2)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53

리더십과 권위에 관한 오해 (2)

<유기적 교회의 방해요소 (34)>

 

전신자 제사장주의를 아무리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현대 교회에서는 비성경적인 성직자 계급(목사, 전도사, 사제 등)과 평신도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도자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교회 안에 지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약성경이 지향하는 유기적 교회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살펴보았습니다(물론 평신도 층 안에도 계급이 여러 개 존재함 – 장로, 집사, 권사, 목자, 셀리더, 순장, 구역장 등).

성직 제도 자체에 폐해가 있다는 뜻입니다.

 

교회 안에서 권위를 행사하는 직분을 차지한 사람이 아무리 인품이 훌륭하고, 사랑이 많고, 착하고, 겸손하고, 온유하고, 인자하고, 천사 같다 할지라도 그 직분 자체가 지체들의 기능을 제한하고 신약성경적 교회가 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어떤 이유를 대며 그렇지 않다고 방어를 해도 이것이 경험적으로 사실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리더십을 만능이라 여기는 교회 풍토

 

이미 전에 언급했지만, 오늘날 교회에 유능한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라는 사상이 팽배해 있는데 이 세상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신약성경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이 세상에서는 조직의 성패가 그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습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왕, 대통령, 총통, 총리, 수상 등)가 리더십이 없다면 나라 전체가 갈팡질팡하고 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군대의 사령관, 회사의 CEO, 대학의 총장, 협회 회장, 스포츠팀 감독 등, 심지어 조폭이나 갱의 두목까지도,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의 지도자 자리는 예외없이 다 리더십이 요구되므로, 리더십이 약할 때는 그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고, 발전이 저하되고, 밑에 있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합니다.

 

반대로, 리더십이 탁월하면 목적달성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예를 들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의 눈부신 활약은 전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덕분이었고,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미국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한국 축구가 히딩크라는 명장을 대표팀 감독으로 초빙한 후 2002년에 이루어 낸 월드컵 4강의 업적 같은 것도 리더십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이와 같이, 이 세상의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리더십이 결정적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는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받은 생명체이므로 생명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합니다.

즉, 머리이신 예수님의 지시에 따라 모든 지체가 함께 참여하여 기능을 발휘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지역 교회에 우두머리나 CEO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간 지도자가 존재한다면 그건 이 세상의 시스템을 모방한 조직체이지 생명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대부분의 교회에 이 세상의 조직과 대동소이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최고 지도자가 있습니다. 사실상의 머리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이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해서 교회가 돌아갑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리상 교회의 머리일 뿐이고 저 멀리 보좌에 앉아 계신 숭배의 대상일 뿐이지, 이 사람에 가려 교회를 실제로 인도하는 머리가 아닌 것이 현실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해 전에 남가주에 있는 유명한 새들백 밸리 커뮤니티 교회의 세미나에 참석해서 들었던 교회 성장의 열쇠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담임목사 릭 워렌이 다섯 사람과 함께 시작한 그 교회가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수만 명의 초대형 교회로 성장하게 된 비결을 공개하는 세미나였는데, 거기서 릭 워렌은 자신이 그 교회를 개척할 때 교회성장에 관한 책 70여 권을 분석하고 잘 나가는 미국의 교회들 여러 군데를 방문한 결과 깨달은 교회성장의 비결 한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그가 읽은 책들과 방문한 교회들의 담임목사가 제시한 교회성장 비결은 천차만별이었지만(예를 들면, 강해 설교를 했더니 교회가 성장했다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제목 설교로 성장시켰다는 목사도 있고; 제자훈련으로; 성경공부로; 주일학교로; 성령운동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방법이 제각각이었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모든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예외없이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릭 워렌의 주장은 리더십이 있는 목사는 교회에 무엇을 도입한다 해도,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다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리더십 만능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이 릭 워렌 혼자만의 주장입니까? 아닙니다. 리더십 없는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이나 삼성이나 현대를 상상할 수 없듯이, 리더십 없는 현대 교회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나오는 리더십은?

 

그렇다면, 구약성경에 모세나 여호수아 같은 강력한 단일 지도자가 등장하는데, 하나님의 백성에게 이런 리더십이 필수임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들 말고도 다윗이나 느헤미야 같은 지도자의 리더십은? 신약성경에 있는 사도들, 즉 베드로나 야고보나 바울 같은 사람들의 리더십은?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 지도자들 없이 이스라엘이나 교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음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선 구약성경에 나오는 리더십은 교회 지도자의 모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리더십 뿐만 아니라 구약성경은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으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습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요 5:39).

따라서 예수님을 통해 구약성경을 보지 않으면 잘못 짚어서 엉뚱하게 적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특히 리더십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모세의 경우는 그가 하나님께서 “나와 같은 선지자”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신 18:15),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는 것쯤은 우리가 다 알고 있습니다 (행 3:22). 그런데도, 구약의 지도자들을 현대 교회의 담임목사의 모형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의 사례들을 오늘날의 교회에 적용합니다. 예를 들면, 미리암이 모세의 리더십에 대항했다가 나병에 걸렸고 (민 12:1-10), 고라와 250명의 족장이 모세에게 대들었다가 땅바닥이 갈라져 산 채로 빠져 죽었듯이 (민 16:1-35), 하나님의 종인 담임목사에게 잘못하면 하나님의 저주가 임해서 교통사고를 당하든지 다리가 부러지든지 한다고 엄포를 놓는 경우 같은 것입니다. 성경 오용의 극치입니다.

 

모세뿐만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으로 백성들을 지휘해서 예루살렘 성벽 쌓기를 완성한 느헤미야 같은 사람도 교회 지도자의 모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자입니다. 구약성경의 모든 지도자는 다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럼 신약성경의 지도자들은 어떻습니까? 신약성경 그 어디에도 지역 교회 안에 직분으로서의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목자, 감독, 장로, 집사 등은 직분(office)이 아니고 기능(function)이요 역할(role)입니다. 계급이나 권위를 행사하는 자리는 물론 아닙니다.

그런데 특히 우리가 가진 한글 성경 번역판에 이런 기능들이 직분이라고 번역되어 있어 혼란을 야기합니다. 직분이라는 것은 이 세상의 조직에나 존재하는 것이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휘 아래 모든 지체가 각기 다른 역할로 함께 지어져나가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인 교회를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손, 발, 눈, 코, 입, 귀 같은 지체가 기능을 발휘하듯 말입니다. 손이 팔 아래 붙어 있으니까 팔의 리더십 아래 있는 것이고, 팔이 어깨 아래 있으니까 어깨의 리더십 아래 있다고 오해하여, 교회 안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의학 전문지식까지 갈 것도 없이, 머리가 신경을 통해 직접 손에게 지시하고, 직접 발에게 지시한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입니다. 머리가 어깨와 팔을 통해 손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교회라는 그리스도의 몸도 그리스도께서 각 지체를 직접 인도하셔서 서로 연합하게 하시지, 몇몇 소수에게 리더십을 주셔서 그 사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주관하도록 하시지 않습니다.

신약성경의 제자도가 오늘날 소위 제자훈련이라는 것을 통해 잘못 적용되는 경우도 이것을 오해한 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닌, 마치 왕이 세자를 세워 세습시키듯 하는 인간 지도자의 제자가 키워지곤 합니다.

하지만 베드로나 바울 같은 사도들의 경우는 예외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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