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미국에서는 대학 풋볼(football, 미식 축구)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이전의 결승전과는 달리 대학 풋볼 역사상 처음으로, 각 리그 안에서 12 경기를 치른 다음 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팀들 중 최강의 4팀을 뽑은 후 토너먼트 방식으로 열린 챔피언 결정전이라서 미국 전체가 더욱 떠들썩 했습니다.
준결승전에서 이기고 올라온 두 팀이 붙은 결승전에서 저의 모교인 오하이오 주립대학교가 오레곤 대학교를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며 큰 스코어 차(42대 20)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정확히 40년 전 이맘때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풋볼이라는 것을 접했는데, 금방 풋볼에 매료되어 중간고사나 학기말 고사 때도 빠짐없이 시청할 정도로 풋볼광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풋볼이 강한 학교 분위기 때문도 있었지만, 풋볼을 알게 될수록 묘한 매력에 끌려 다른 스포츠는 별로 재미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어갔습니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봐도, 심하게 표현하면 애들 장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니까요.
아무튼 어젯밤에 저의 모교인 오하이오 주립대학교가 우승을 걸머쥐는 장면을 보며 흥분에 휩싸여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우승은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이었습니다.
풋볼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요행수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두 경기엔 요행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시즌 내내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 풋볼의 생리인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우승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경기 직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풋볼 헤드코치가 우승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답한 말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답을 이렇게 간단히 표현했습니다: “selflessness and strain.”
선수들이 목표를 위해 이기심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임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9월 시즌 첫 경기를 불과 12일 앞두고 주전 쿼터백이 크게 다쳐서 누가 봐도 이번 시즌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검증된 적이 없는 1 학년 새내기 후보 쿼터백으로 시즌을 치러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전 공격수 절반이 졸업을 하고 저학년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운 상태에서 배의 선장 격인 주전 쿼터백을 잃었기 때문에 선수들과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두번째 경기에서 실력이 별로인 팀에게 홈에서 참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자 전국 랭킹이 곤두박질하고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조금 남아있던 기대가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풋볼팀은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그후로 리그 10 경기에서 전부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새내기 쿼터백이 기대 이상으로 주전 쿼터백에 버금가는 실력을 발휘한 공이 컸습니다.
그러나 리그 마지막 12번째 경기에서 승리는 했지만 한참 물이 올랐던 그 쿼터백이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팀은 또 한번 먹구름에 휩싸였습니다.
남은 경기는 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빅텐 결승전이었는데 한번도 제대로 경기를 한 적이 없이 3년 동안 벤치만 지키던 또 다른 후보 쿼터백으로 그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더구나 상대는 대학 풋볼 최고의 러닝백이 버티고 있는 강팀 위스콘신 대학팀이었습니다.
불가능 그 자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험이 일천한 새 쿼터백과 그동안 잠잠했던 러닝백이 깜짝 놀라게 하는 실력을 발휘하고, 상대팀 공격을 꽁꽁 묶는 수비수들의 활약으로 말미암아 59대 0 이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로 승리한 결과 전국 4강에 뽑히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이때 언론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풋볼팀이 과연 4강에 들어갈 실력이 될지 의심하며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였지만, 준결승전에서 대학 최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알라바마 대학팀을 보란듯이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예상을 뒤엎고 오레곤 대학교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것도 전반전에 네 번씩이나 볼을 빼앗기는 유례없는 실수를 범하고도 흐트러짐 없는 팀워크로 끝까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얻은 승리였습니다.
그래서 헤드코치가 우승의 비결을 “selflessness and strain” 이라고 답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결승전 뿐만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코치들과 선수들이 가졌던 자세였다는 것입니다.
팀을 위해 이기심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임하는 것.
이 자세가 온갖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저는 헤드코치의 이 말을 듣고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교회로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가 갖춰야 할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우리가 이기심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임하는 자세.
하나님께서 하시고 싶은 것을 위해 나의 필요와 행복 추구하는 것을 기꺼이 버리고 책임감을 갖고 교회생활 하는 것.
이것이 없이는 신약성경이 말하는 유기적 교회는 세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자세로, 금년에는 과거에 어떤 실수와 잘못과 실패와 좌절이 있었더라도 다 주님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엡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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