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주 동안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나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어머니의 10주기에 가족이 모였고,
한국에 와서, 한 달 전에 돌아가신 목사님의 사모님을 만났고,
동기동창의 어머니 문상을 다녀왔고,
존 파이퍼 목사의 집회에서 “곧 떠날지 모르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들었고,
장인의 3주기에 처가 식구들과 시간을 보냈으니…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20여 년 전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과 ‘예수님짜리’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해 함께 전국을 누볐던 교단의 일꾼을 오랜만에 만나 그때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30대 초반의 젊음을 자랑했던 그가 이제 50대 후반이 되어 머리가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모습을 보며 “세상을 떠날 날”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음을 조금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지방을 돌다가 잠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마침 미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사역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의 집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해서 들은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라는 주제의 메시지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 메시지에서 강조한, 그가 어려서부터 삶의 모토로 삼았다는 C.T. Studd의 좌우명은 내가 늘 떠올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Only one life, ’twill soon be past, Only what’s done for Christ will last.”
(오직 한 번 뿐인 인생, 그것은 속히 지나가버리고,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한 일만 남게 되리라.)
내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인생 이라는 제목으로 이것에 관해 이 블로그에 글을 쓴 적도 있는데, 존 파이퍼는 한 시간 내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고 외쳤습니다.
물론 전형적인 복음주의 사역자인 그는 ‘하나님의 창세 전의 목적’을 이루는 교회의 지체로 사는 삶에 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므로, 메시지를 듣고 난 후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라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열변을 토하는 그의 메시지에서 오늘 하루 주님을 따라 사는 삶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를 잃은 동기동창의 문상을 갔을 때 장례식장에 놓인 수많은 화환을 보며 하나님의 목적대로 사는 인생이 아니면 참으로 허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많은 화환에 쓰여있는 이름들 중 상당수가 익히 들어본 이름이었는데, 특히 영정의 왼쪽에 놓인 세 개의 화환은 대통령, 국회의장, 서울시장이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동기동창이 TV에도 자주 등장하는 저명한 정치학자였기 때문이라서 그들에게 화환을 받았을 것인데, 그것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후에 저런 화환들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동시에 귓가에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낭비도 낭비 나름이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낭비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바로 앞에서 쓴 글인 당신멋져 에서 제시했던 예수님과 스데반과 바울의 삶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낭비하지 않기 위해 낭비한 인생” 일 것입니다.
아래의 말씀 그대로 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요 12:24-26)
또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상기시켜야 될 다음과 같이 낭비하는 삶입니다.
“예수께서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에 한 여자가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어떤 사람들이 화를 내어 서로 말하되
어찌하여 이 향유를 허비(낭비)하는가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며 그 여자를 책망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만 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막 14:3-9)
나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라 복음을 위해, 즉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이루는 교회가 이 땅에 세워지는 것을 위해 지체로서 인생을 낭비하고 섬기며 사는 것, 이것이 오늘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회 없는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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