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발을 가진 사람
영국의 작은 도시 레스터(Leicester)에 있는 축구팀이 이번 시즌 영국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팀의 역사는 132년이나 됐지만 주로 2부 리그에서 놀았고, 작년 시즌(2014-2015) 오랜만에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해서 20팀 중 14등을 한 게 고작이고, 고액 연봉을 받는 유명한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레스터시티(Leicester City) 팀이 금년 시즌(2015-2016)에 우승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즌 전 우승 확률이 5000분의 1이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미생들의 반란” 또는 “기적의 동화” 같은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축구 팀도 스타 한 명 없는 평범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도시 또한 인구 30만 정도의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이 없는 레스터가 요즈음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머릿속에 한 인물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2002년 영국에서 1년을 지낼 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레스터에 가서 그의 자취를 찾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220 여 년 전인 1793년 레스터를 떠나 머나먼 인도 땅에서 41년 동안 복음을 전파했던 윌리암 캐리(William Carey, 1761-1834)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윌리암 캐리는 구두 수선공이며 교사였고, 또 침례교 목사로서 레스터에서 교회를 돌보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복음을 전할 사명을 느끼고 32세 때 인도로 향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다섯 달의 고통스런 항해 끝에 인도에 도착해서, 미개하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그곳에서 어린 아들이 죽고 아내는 정신병에 시달리는 등, 처음 7년 동안 온갖 난관을 헤쳐가며 열심히 사역했지만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윌리암 캐리는 굴하지 않고 성경을 번역하여 보급하고 그리스도를 전파한 결과 인도에 도착한지 7년 후부터 복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그후 34년 동안 하나님께 놀랍게 쓰임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사역이 널리 알려져 수많은 사역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현대 선교의 아버지” 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윌리암 캐리가 인도에서 41년 간의 사역을 마치고 죽기 직전 그를 방문했던 Alexander Duff 라는 사역자에게 침상에서 한 말이 유명합니다.
“Mr. Duff, you have been speaking of Dr. Carey, Dr. Carey, Dr. Carey! When I am gone, say nothing of Dr. Carey – speak only of Dr. Carey’s Savior.”
(Duff 씨, 당신은 계속 캐리 박사, 캐리 박사, 캐리 박사에 대해 얘기했지만, 내가 세상을 떠나면 캐리 박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말고 캐리 박사의 구세주에 대해서만 얘기해주세요.)
그가 비록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따르는 총체적인 복음을 다 알지 못했을지라도, 그리고 그런 복음 위에 세워진 교회를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강권에 의해 그분을 위해 인생을 멋지게 살다 간,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윌리암 캐리를 생각하면 성경의 두 구절이 떠오릅니다.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 (롬 10:14-15)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일러 주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라.” (히 13:7)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따르는 복음을 전하는 저 자신 또한 윌리암 캐리 같은 사람의 믿음을 본받아 끝까지 달려가는 아름다운 발의 소유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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