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여행기 (12): 에바브라가 세운 교회가 있던 도시들 1

1월 23일(토) 아침 일찍 우리 일행 18명은 버스를 타고 이즈미르를 출발하여 세 시간쯤 걸리는 라오디게아로 향했습니다.

라오디게아는 1세기 때 소아시아의 중심지인 에베소에서 동쪽으로 약  100마일쯤(160 킬로미터) 떨어진 리커스 계곡(Lycus Valley)을 사이에 두고 히에라볼리와 골로새와 함께 삼각형을 이루고있던 도시로서, 시리아의 안디옥에서 시작해서 에게해 연안의 항구도시인 에베소와 서머나를 향하는 실크로드의 갈림길목에 위치한 요충지였습니다.

이 리커스 계곡 출신 에바브라가 주후 53년에서 55년 사이에 에베소에 가서 사도 바울을 만나 복음을 접하고 훈련받은 다음 다시 이곳에 돌아와 세 도시에 교회를 세우고 순회하며 사역했음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복음이 이미 너희(골로새교회)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 이와 같이 우리와 함께 종 된 사랑하는 에바브라에게 너희가 배웠나니 그는 너희를 위한 그리스도의 신실한 일꾼이요 성령 안에서 너희 사랑을 우리에게 알린 자니라.” (골 1:6-8)

“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너희에게서 온 에바브라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그가 항상 너희를 위하여 애써 기도하여 너희로 하나님의 모든 뜻 가운데서 완전하고 확신 있게 서기를 구하나니 그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는 것을 내가 증언하노라.” (골 4:12-13)

리커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라오디게아에서 북쪽으로 10 킬로미터쯤 떨어진 지점에 히에라볼리,

동쪽으로 16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골로새가 있었음

에바브라가 이 리커스 계곡의 세 도시의 교회들을 돌보고 있었던 62년경, 로마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사도 바울이 골로새교회와 골로새교회의 일꾼이었던 빌레몬에게와, 그리고 라오디게아교회에 각각 편지를 썼습니다 (골 1:1-2, 몬 1-2, 골 4:16).

또한 바울이 이때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이루는 교회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게하려고 이 리커스 계곡을 포함한 소아시아의 여러 교회들을 돌면서 읽히게 할 목적으로 회람서신인 에베소서를 써서 보냈다고 추정됩니다.

이처럼 이 리커스 계곡의 세 교회는 늘 사도 바울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교회들이었습니다.

라오디게아에서 바라본 골로새. 계곡 건너 보이는 땅 속 어딘가에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임.

라오디게아서 바라본 히에라볼리. 계곡 건너 눈처럼 하얀 부분 바로 위에 도시가 있었음.

이 세 교회가 있었던 도시들 중 골로새는 아직도 지하에 묻혀 있어 발굴되지 않았고,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 두 곳은 1세기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만큼 많이 발굴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두 도시 중 1월 23일 낮에 우리가 먼저 찾아간 라오디게아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전부 땅속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20년 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는 옛 이교 신전의 기둥 몇 개만 보였을 뿐 아무것도 없는 맨 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발굴이 시작되어 현재 약 25퍼센트 정도가 옛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것만으로도 1세기 당시 라오디게아 라는 도시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땅속에 파묻혀 있던 이 도시를 10여 년만에 이만큼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터키 전역에 있는 약 2천 개의 고대 유적지들 중 거의 유일하게 라오디게아만이 터키의 지방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서서 발굴했기 때문이고, 다른 유적지들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맡아서 발굴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괜찮을 때만 작업을 하는 까닭에 발굴이 무척 더디다고 합니다.

발굴된 라오디게아를 걸어서 한 바퀴 돌면서, 그 옛날 바울이 골로새와 라오디게아에 편지를 써보냈을 즈음 라오디게아교회의 모임 장소였던 눔바의 집이 이곳 어딘가에 있었을 것을 생각하며 그 당시의 교회 모임에서 그 편지들이 읽혔던 장면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라오디게아에 있는 형제들과 눔바와 그 여자의 집에 있는 교회에 문안하고 이 편지를 너희에게서 읽은 후에 라오디게아인의 교회에서도 읽게 하고 또 라오디게아로부터 오는 편지를 너희도 읽으라.” (골 4:15-16)

또한 내가 걷고 있는 이 도로가 1세기 중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살아갔던 에바브라와 라오디게아교회 성도들이 늘 밟고 다녔던 바로 그 길이라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 했습니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1세기 교회 성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발을 디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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