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1박한 후, 1월 22일(금) 아침 드디어 갑바도기아의 지하 동굴 도시인 카이마클리(Kaymakli)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사진이나 비디오로만 봤던 지하 도시를 실제로 가보면 어떨까 하며 마음이 설레었었는데,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 옛날 핍박을 피해 이런 협소한 공간에서 참고 버텼을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어오는 듯 했습니다.
로마의 카타콤과 이곳 갑바도기아의 지하 도시를 혼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종종 있는데, 로마의 카타콤이 아닌 이곳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이교도들의 박해를 피해 꼭꼭 숨어 살았던 장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지하 도시로 피신하여 초기에는 로마제국, 나중에는 이슬람 제국의 핍박을 견뎌냈습니다.
로마의 카타콤은 핍박을 피해 가서 살던 곳이 아니고 그리스도인들의 지하 공동묘지로서, 먼저 세상을 떠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묻힌 곳에 가서 모임을 하면 더 신령한 은혜가 임할 것이라는 미신을 신봉하던 사람들의 예배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카타콤은 신앙의 본보기로 미화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2세기부터 3세기까지 로마 군대가 들이닥칠 때마다 갑바도기아의 지하 동굴 도시로 피신해서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지하에서 고통을 감수한 신앙의 선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답답한 그 안에서 힘들어도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예배하고 교제하며 버텨낸 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바도기아 지하 동굴 도시는 1960년 대에 처음 발견되어 지금까지 30여 군데가 발견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인데, 가장 큰 동굴 도시엔 최대 2만 명까지 살았다고 하니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주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렇게 지하에서 바위를 파서 그 많은 거주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화산재가 퇴적되어 생긴 응회암이 무르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팔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하 도시 안에는 이교 군사들이 들이닥칠 때 마을 사람들 모두가 피신하여 얼마동안 버틸 수 있도록 수도 없이 많은 침실과 거실, 부엌, 식당, 창고, 저수조, 와인 창고, 화장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또 교회 모임 장소와 성경학교도 있었으니, 아무리 바위가 무르다고 해도 참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방대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지하 12층으로 추정되는 이 카이마클리 지하 도시(지금은 지하 7층까지만 발굴되어 있고 지하 4층까지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음)는 파 내려가면서 계속 공간을 마련할 때 아래층을 팔 때는 윗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서 설계되어 있고, 더 놀라운 것은 발굴된 곳 중 가장 큰 규모의 데린쿠유(Derinkuyu)와 카이마클리(Kaymakli)가 9킬로미터나 되는 지하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때 그당시 사람들의 기술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특기할 만한 것은 지하 깊숙이 내려가도 숨쉬는 것이 거북하지 않고 습기도 차지 않도록 환기 장치가 잘 되어있고, 계절에 관계없이 여름이나 겨울이나 항상 섭씨 13-15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환기통
한 사람 간신히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통로
지하 도시에 들어서서 돌아다니는 동안 주로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고 다녀야 했는데, 체구가 크고 뚱뚱한 사람은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입구와 통로를 좁고 낮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외부의 적에게 발각되더라도 한꺼번에 많은 군사가 안으로 쉽게 쳐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적이 안으로 들어왔다 해도 그 좁디좁은 통로가 또 미로처럼 퍼져있어 길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붙잡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일행 중 한명은 허리가 좋지 않아 지하 도시 돌아보는 것을 포기 하고 우리가 구경하는 동안 두 시간을 버스에 앉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연자맷돌처럼 생긴 둥근 돌로된 문
또 입구와 통로 곳곳에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연자맷돌처럼 생긴 큰 돌로된 문을 배치해놓아 여차하면 옆으로 굴려서 입구와 통로를 봉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밖에서는 그 돌문을 옆으로 굴려 열수 없도록 한 교묘한 장치입니다.
그리고 미처 돌문을 굴려 닫지 못해서 적이 안으로 들어왔다 해도 문 바로 안쪽 통로 위에는 구멍이 있어 그 구멍으로 뜨거운 물이나 뜨거운 기름을 쏟아부어서 적을 퇴치했다고 하니 참으로 머리를 많이 써서 고안했던 것 같습니다.
지하 동굴 도시 안에서 열을 가하지 않고 구리를 가공할 수 있는 도구도 있었음
이 지하 동굴 도시를 돌아보는 내내 이렇게 하면서까지 신앙을 지키려 했던 그들의 처절함을 피부로 느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미국 그리스도인이 이곳에 왔다가면서 “나는 로마 군사에게 죽임을 당하면 당했지 이런 곳에선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갔고, 미국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신앙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불편해도 참기 힘든 나 자신이 새삼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갑바도기아 지하 동굴 도시로의 여행은 나 자신에게 큰 도전을 준 참으로 가치있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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