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의 Dulles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열시간을 날아서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다음, 여덟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비행기에 올라 두시간, 이렇게 20시간 만에 도착한 조지아(Georgia) 라는 나라.
그저 옛 소련 연방에 속한 러시아의 위성국가(그때는 국호가 ‘그루지야’), 그리고 거기가 스탈린의 출생지라는 정도만 알았던 나라였는데 그곳에 내가 발을 디디게 될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주로 터키의 크리스천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것이었는데, 함께 여행을 할 사람들 중 조지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제자들이 있어 그곳도 일정에 집어넣고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조지아는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3분의 2이지만 인구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백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인데, 가난하기로는 유럽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빈국입니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대한민국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인데, 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무조건 얼굴이 검어야된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은 조지아에 도착해서 놀라게 됩니다.
얼굴이 검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동양인도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당에 갔는데 우리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백인인 이런 광경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한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백인이 다수라 해도 온갖 인종이 섞여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조지아는 어디를 가도 온통 백인들만 보이는 보기드문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가 터키의 동북부, 흑해와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코카서스산맥(Caucasus Mountains)이 관통하는 곳에 위치한 나라로서, 백인을 일컫는 코카시안(Caucasians)이라는 말이 바로 이 Caucasus에서 유래한 것을 볼 때 조지아에 백인들만 산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지아는 70년 동안 러시아에 예속되었다가 1991년에 소련 연방을 탈퇴해서 독립한 후로 한동안 내전에 휩싸였고, 최근엔 러시아와 전쟁까지 치러서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7년 전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지만 포도주 생산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기 때문에, 국민 다수가 가족 중 한 사람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공급하고, 한 사람은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 보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 도착해서 보니 겉은 유럽의 여느 잘 사는 나라들처럼 멀쩡하고 깨끗했습니다.
1월 19일 새벽 트빌리시에 도착해서 잠깐 눈을 붙이고는 한 시간 떨어진 스탈린의 고향 Gori 로 향했습니다.
2천 만명이나 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모택동과 쌍벽을 이루는 살인마, 세계를 냉전으로 치닫게 해서 수많은 사람을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하고 피곤하게 했던 인간말종, 우리 한국 사람들에겐 철천지 원수같은 스탈린이 태어난 곳은 오늘날도 그리 크지 않은 마을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는 그의 생가는 방 두개와 지하실이 딸린 자그마한 집이었습니다.
스탈린의 부모는 그 집의 방 하나와 지하실을 세 내어서 방은 거처로, 지하실은 구두수선 가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집 앞에 스탈린 박물관이 세워져 있어 거기서 스탈린에 관한 많은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스탈린에 대해 논하고자 할 때는 무엇보다도, 스탈린의 어머니가 독실한 조지아 정교 신자로서 스탈린이 태어나서부터 신앙교육 받았다는 사실, 그가 열살 때부터 Gori의 기독교 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공부해서 1등으로 졸업했다는 사실, 잘 나가는 유소년 성가대원으로 결혼식에 자주 초청받아 축가를 불렀다는 사실, 그리고 16살 때 트빌리시의 신학교에 역시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5년을 다니고 졸업 직전에 자퇴할 때까지 20년 동안 기독교 교육의 한복판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기독교 교육이 스탈린에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악명 높은 살인마인 히틀러의 어머니와 김일성의 어머니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아들에게 태어날 때부터 신앙교육을 시켰다는 사실을 볼 때 어쩌면 기독교 교육이라는 것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극단적인 케이스들이지만 제도권 기독교가 맹신하는 신앙교육의 헛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좌: 스탈린 박물관
우: 박물관 앞의 스탈린 동상
좌: 스탈린이 타고다니던 호화 전용 객차
우: 스탈린과 그의 부모 사진
스탈린의 자필 신학교 자퇴서
아무튼 조지아는 스탈린의 어린 시절인 1800년대 말에도그랬겠지만 오늘날도 동방정교(Eastern Orthodox)와 러시아정교(Russian Orthodox)에 뿌리를 둔 조지아정교(Georgian Orthodox)가 나라 전체를 꽉 잡고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세워진 교회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제도권 기독교가 차지해서 기독교 미신에 세뇌된 사람들만 가득한 곳입니다.
하지만 원래 조지아는 로마제국을 제외하곤 에디오피아와 아르메니아에 이어 세계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번째로 받아들인 나라였습니다.
로마 황제 콘스탄틴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복음이 본격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하기 직전인 4세기 초에 갑바도기아 출신인 니노(Nino) 라는 여자가 복음을 들고 와서 교회가 탄생한 곳입니다.
그러나 얼마후 동방정교로 고착화되어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면서 자기네 나라 바로 코앞까지 진출한 이슬람교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았다는 자부심만 있는 속빈 강정같은 기독교 국가입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인 1월 19일이 마침 조지아의 국경일인 ‘예수님이 세례 받으신 날’이었는데 성경이나 역사의 근거도 없는 날을 정해놓고 매년 곳곳의 성당에서 의식을 행하는 진풍경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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