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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

허황된 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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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미국에 유학 와있는 한국 대학원생들을 위한 수련회에 세미나 강사로 초청 받고 다녀온 적이 있는데, 거기서 주최측 임원진과 강사들이 쏟아내는 말을 들으며 참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들의 말을 종합해서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 유학 온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특별히 택하신 일꾼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 크리스천 지식인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사명을 가진 주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엘리트입니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가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요직에 앉을 때, 출세한 사람들로서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복음 전도의 효과가 훨씬 더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그럴듯 한 논리였습니다.

그 당시엔 아직 회자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등장한 “고지론(高地論)” 이라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전쟁에서 고지를 점령해야 아군에게 유리하듯, 그리스도인들도 고지를 차지할 때, 즉 이 세상의 높은 지위, 성공한 위치에 있을 때 복음의 빛이 더 환하게 비칠 것이라는 희망사항에서 비롯된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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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련회의 인도자들은 그 자리에 참석한 수 백명의 유학생들에게 바람을 팍팍 집어넣고 있었고, 참석한 학생들 역시 바람이 잔뜩 들어가서 자신들이 무슨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양 붕 떠있었습니다.

거기서 저에게 뭔가 데자뷰 현상 같은 게 일어났는데, 오래 전 중,고등학교 시절 교장과 교사들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야했던 훈화와 훈시에 꼭 등장했던 내용이 생각난 것입니다.

“여러분은 선택된 소수의 엘리트입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동량(쓸만한 재목)들입니다. 민족의 앞날이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되어 조국을 책임져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 세상의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엘리트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위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 이건 아주 큰 문제이고,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극복하라고(이기라고) 하셨지, 정복하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만일 이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었다면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절대로 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요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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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도무지 일치하지 않는 이런 ‘고지 정복’ 이론으로 물들어 있는 수련회의 분위기 속에서, 저는 세 번의 분반 세미나 시간에 저의 강의를 택하여 들어온 유학생들에게 찬물을 좀 끼얹었습니다.

마침 저의 강의 주제가 ‘그리스도인의 가치관’이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의 제자이므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모두가 다 특별한 사명이 있는 것이지, 유학온 대학원생이라고 해서 따로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님을, 그리고 예수님의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곳에 있든지 그리스도를 드러내면 되는 것이지 하나님께서 특별히 쓰시는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런 강의를 했던 제가 그 다음 해부터는 그 수련회에 한번도 다시 강사로 초청받지 못한 것이 당연했겠지요.

 

아무튼 ‘고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음과는 거리가 먼, 세상에서 성공과 출세한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특별히 더 크게 쓰신다는 오류를 크리스천 젊은이들에게 전파합니다.

자신의 적성과 실력에 맞게 살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만족하도록 인도해야 할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귀한 젊은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오도하는 것입니다.

 

그럼 고지론이 어째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거리가 먼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고지에 오르려면 경쟁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승리를 쟁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625 사변 때 백마고지 전투 같은 전투에서 적군을 싸그리 죽이고 고지를 차지했듯이.

 

고지

 

그래서 경쟁에서 이겨 성공하고 출세해서 고지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하나님을 떠난 이 세상의 이치인데, 하나님께서 이런 이치를 따라 고지를 차지한 사람들을 더 특별한 사명으로 부르신다? 이건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누구나 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부르셔서 새로운 창조 세계에서 살도록 한 존재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서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라고 보내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새 에덴동산이요, 새 창조 세계인 교회의 지체로 사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교회는 인간의 전통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제도권 교회가 아니고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교회입니다.

그런 교회 안에서 인종 차별 없이, 성별의 차별 없이, 학벌의 차별 없이, 직업의 귀천 없이 모두가 하나되어 사랑을 나누며 이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곳엔 이 세상의 가치관으로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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