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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

허황된 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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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 버지니아의 특목고에 유학 중인 한국 소녀가 하바드 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에 복수 합격했다는 신문 기사가 나서 “천재 소녀” 라고 떠들썩 하더니, 이젠 그게 전부 거짓이었다는 기사로 또 떠들썩 합니다.

요즈음엔 미국의 명문 대학 여러 곳에 복수로 입학 허가를 받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그런건 기사 거리도 안 되지만, 이 학생의 경우는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우승한 경력이 있어서 하바드 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이 학생을 서로 데려가려 했고, 학년을 쪼개 두 학교 모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는 것이 전례없는 파격적인 일이라 한국인의 우수성을 알렸기 때문에 떠들썩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4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소위 명문 대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역을 했고, 천재성이 있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수도 없이 보아온 저는 이 뉴스를 접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정신이 나가지 않는 한 그런 식으로 학생을 받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로부터 자기 대학교에 들어오려고 안달을 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고르느라고 골머리를 앓는 그 학교들이 뭐가 부족해서 한 학생을 두고 그런 식의 파격적인 대우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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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금방 거짓임이 탄로가 나서 그 학생의 아버지가 언론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그 학생이 수학경시대회에서 우승한 친구의 상장을 위조해서 자기가 받은 것처럼 SNS에 올렸고, 역시 하바드 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 입학 허가 통지서도 위조했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것 말고도 그동안 많은 거짓으로 자신을 허황되게 포장을 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늘 거짓을 고하는지도 모르고 딸의 말만 믿고 그동안 미국에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기절할 만큼 기쁜 소식을 듣고 곧장 언론에 알렸다가 망신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딸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던 차에, 마침 자신에게 한국 주요 신문의 미국 특파원 경력이 있어 연줄로 쉽게 기사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주요 언론이라 자처하는 신문사들이 그의 말만 믿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너도나도 대서특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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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일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다 허황된 꿈을 꾸며 살기 때문입니다.

그 학생이나, 그 학생의 아버지나, 대서특필을 하는 기자들이나, 신문과 방송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나 다 똑 같기 때문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을 포함한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남보다 뛰어나면 우쭐하고, 또 자기보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시기하며 질투하고 또는 부러워하는, 성공과 출세 위주의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보면 ‘허황(虛荒)’ 이라는 말은 ‘헛되고 황당함’ 또는 ‘현실성이 없이 헛되어 미덥지 못하다’ 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위의 그 학생이나 아버지가 많은 사람을 대표해서 이 허황이라는 단어를 아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 딸이 아버지와 떨어져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에서 자기를 support 하는 기러기 아빠를 생각하며 명문 대학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얼마나 심했으면 곧 탄로날지도 모르는 그런 연극을 꾸미기까지 했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자라면서 부모의 기대를 늘 한 몸에 받으며 마음 속이 타들어갔을 것입니다.

그 학생이나 부모가 현실성 있게 생각하며 살았다면 실력에 준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되었을 것이고, 또 그것을 만족해 하며 열심히 살았을 것인데 허황된 꿈을 꾸다가 이렇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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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도 오래 전 초등학교 때 부모님의 교육열에 떠밀려 시골에서 서울로 와 공부하면서 그 어린 나이에 중학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부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늘 ‘부모님의 기대’ 라는 중압감 속에서 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특히 저에게는 의사가 되라는 요구가 있어 그것에 시달렸었습니다.

아무래도 의사가 예나 지금이나 성공과 출세와 명예와 부의 상징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런 기대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누나들의 “너는 가운만 입으면 의사야” 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은 터라, 그리고 “너는 의사가 될 거니까 집의 약장 관리는 네가 해라”고 하면서 반창고, 머큐로크롬, 옥도정기, 탈지면, 이명래 고약 정도 밖에 없는 약장을 저에게 맡겼던 터라, 중학교에 입학해서 특별활동을 정할 때 보건부장을 자원했을 정도였으니 저에게 얼마나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았는지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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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나중에 고등학교 때는 의사가 되고 싶은 생각보다는 선생이 되어 시골에 가서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들처럼 농촌 계몽 운동을 할 꿈을 꾸었고, 또 사관학교를 가서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할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국 이민과 함께 그 꿈도 다 접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저의 이런 꿈은 어려서 부모님과 누나들에게 떠밀려서 가졌었던 꿈보다는 현실성 있던 꿈이었습니다.

물론 적성과 실력을 갖췄다면 의사가 되려는 꿈 자체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적어도 남보다 잘 되어 성공하고 출세해야 된다는 가치관에서 나온 것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그것은 허황된 꿈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조차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또 그것을 교회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조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서 동시에 세상에서도 크게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들을 성경에서 골라서 믿음과 선망의 대상으로 꼽으며 자녀들을 들볶는 그리스도인 부모들, 지도자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잘 믿어서 목동에서 졸지에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 종살이에서 옥살이를 거쳐 일약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 포로로 끌려가서도 세계 최강국인 바벨론과 메대의 총리로 연거푸 발탁된 다니엘을 보시오. 여러분도 하나님 잘 믿어서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믿쓤네까. 믿으시면 아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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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허황된 꿈을 조장하며 이것을 위해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뭔가 좀 성공한 것 같고 출세한 것 같으면 기도 응답이 되었다고 간증을 하고 난리를 칩니다.

이런 허황된 꿈으로 ‘고지론(高地論)’이니 뭐니 하면서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바람을 넣는 지도자들이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분수에 맞는 현실성 있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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