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볼티모어 와싱톤 지역에 오늘 하루종일 20 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내려 쌓였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 정도의 눈에도 지레 겁을 먹고 일찌감치 학교 문을 닫고, 관공서나 가게들마저 줄줄이 닫아버립니다.
미국에서 눈이 제법 많이 오는 지역인 오하이오주, 뉴햄프셔주, 보스톤, 시카고 등지에도 살았봤지만 그곳 사람들은 웬만큼 내린 눈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데, 지금 제가 사는 이곳 사람들은 엄살이 심해도 보통 심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이것은 이 지역의 겨울 날씨가 아주 추워서 눈이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온화해서 눈이 가끔 내리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날씨라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겨울 날씨에 적응이 되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이곳처럼 어중간한 날씨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밖에 나왔다가도 눈이 좀 내린다싶으면 얼른 집으로 돌아가기에 바쁩니다.
신약성경이 말하는 유기적인 교회를 연구하기 시작해서 발을 들여놓은지 15년째 접어든 제가 그동안 관찰한 바, 이런 유기적 교회생활에 적응이 되어 당연한 것이 되지 않고 어중간한 상태에 있으면 마치 어중간한 날씨에서 사는 이곳 사람들처럼 늘 우왕좌왕하며 살게 됩니다.
제도권 교회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대안이 있는 줄 모르기 때문에 마치 도시 동물원의 철창 안에서 태어난 사자가 정글이 있는 줄 모르고 갇혀 살듯 신앙생활이 으레 그런 줄 알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유기적 교회 환경에 있더라도 하나님의 목적을 따르는 복음이 몸에 배어 유기적인 교회생활이 당연한 것이 되어 있지 않으면, 정글을 가기 위해 철창을 탈출한 사자가 정글엔 가지 못하고 시내를 뱅뱅 돌며 이리저리 배회하듯 이랬다 저랬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교회생활을 답습하게 됩니다.
이것은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애굽도 아니고 가나안도 아닌, 광야에서 40년 동안 우와좌왕하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애굽에서 몸뚱아리만 나왔지, 마음은 자기들 가치기준에 어울리는 풍요로운 애굽에 두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하고 싶으신 일, 즉 가나안 땅으로 가는 것이 그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몸만 유기적 교회에 담고 있지, 수틀리면 마음은 제도권 교회에 갔다 왔다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목적이 그들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신약성경이 말하는 교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목적을 따르는 복음이 몸에 배어 세워지는 교회에서의 실질적인 교회생활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해를 거듭할수록 계절에 적응되어 어떤 계절이 와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듯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도 몸에 배어 거의 자동으로 살게 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는 세워질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계절을 향해 자기 부인이 되어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불만없이 각각 적응할 수 있듯이, 하나님의 목적을 향해 자기 부인이 된 사람만이 지지고 볶는 파란만장한 교회생활에 기꺼이 임하며 그때 그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으레 눈이 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 몸에 배어 잘 적응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겐 눈이 와도 크게 문제 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올바로 아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하시고 싶은 일인 신약성경이 말하는 교회가 세워지는 것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잘 적응을 하고, 또 그런 교회의 지체로서 지지고 볶으며 빚어지는 삶이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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