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통 계시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12월 전쟁 예언의 주인공인 여자는 전혀 유명하지 않지만 이 사람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목사입니다.
다름아닌 팻 로벗슨이라는 목사인데, 그는 최근에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수십 년 동안 CBN TV 채널의 700 Club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은 물론 180개국에 71개의 언어로 방송을 해온 TV 설교자입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그의 요상한 말과 행동, 그리고 적중한 적이 별로 없는 그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그를 추종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들 중에, 특히 물을 흐리고 있는 사람들이 팻 로벗슨과 가깝게 지내고 또 그가 하는 것을 따라하기도 하지만, 수백 수천 만명의 기독교인이 그를 추종하고 옹호한다는 사실이 저로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그의 언행을 보면 어처구니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자랑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데, 자기가 미 해병대에 입대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뜨거운 햇볕 아래, 그리고 살을 에는 듯한 극한에서 고생했고, 나중엔 38선 이북에서 치열했던 전투로 유명한 ‘펀치볼 전투’와 ‘하트 브레이크 릿지 전투’에 참가했다고 한 것이 그것입니다.
그 결과 미 해병대로부터 세 개의 훈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팻 로벗슨과 함께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나중에 미 연방 하원의원이 된 폴 맥클로스키가 그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하면서, 팻 로벗슨은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의 입김으로 한국전 당시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의 해병기지 내에 있는 술 관리 담당 장교로 편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팻 로벗슨은 그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3천 5백만 달러짜리 소송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법정 공판이 열리기 직전에 고소를 취하하고는 맥클로스키의 변호사 비용을 물어주고 꼬리를 내리면서 맥클로스키의 말이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이렇게 소송이 진행 중일 때 그는 간 크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3백만 명이 선거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싸인하면 공화당 예비선거에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자원봉사자 3백만 명이 금방 채워졌고, 또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까지 모아져서 처음엔 괜찮은 성적을 올리다가 점점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결국 도중하차 하고 말았습니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시작했는데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한번은 52만 달러의 거금을 주고 말을 사서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에 출전시키고자 훈련을 시키는 등 심심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들과의 친분입니다.
인권탄압으로 유명한 자이레의 독재자 모부투와 모종의 계약을 맺고 자이레에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하기도 했는데, 르완다 집단학살 때 자이레로 피신한 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비행기를 보내고는 자기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한 기계들을 나르는데 사용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 의회로부터 인권탄압의 범죄자로 낙인 찍힌 라이베리아의 대통령 찰즈 테일러와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라이베리아의 금광 채굴권을 획득했는데, 의회가 2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테일러의 생포를 결의하자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슬람교도들이 나라를 전복시키려 하는데 크리스천이고 침례교인인 대통령을 무시한다” 고도 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즈에서 2천 명 가까운 희생자를 냈을 때는 낙태를 허용하는 미국법 때문에 하나님께서 내리신 진노라고 했고, 아이티에 지진이 났을 때는 아이티의 조상들이 프랑스 지주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마귀에게 굴복하는 선서를 했기 때문에 저주가 후손들에게 임한 것이라고 하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또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TV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기가 하는 것을 따라 하라고 시키면서 손을 들고 허리케인을 꾸짖으며 오는 방향을 바꾸도록 명령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이 또 하나님께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TV 프로그램에서 말한 예언이 자주 빗나갔는데도 여전히 장사(?)가 잘 된다는 게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팻 로벗슨은 제가 예수님을 믿기 시작했던 1976년에 6년 후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예언했는데 그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유명한 사람이 있었을 때입니다.
‘대유성 지구의 종말’ 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든 핼 린지 라는 사람이 1988년에 세상이 끝나고 공중휴거와 아마겟돈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서 이미 떠들썩하던 중 팻 로벗슨은 1982년 말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자신있게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의 예언이 지구의 종말 발생 연도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핼 린지는 직통 계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이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라고 하신 말씀을 근거로 유대인의 한 세대인 40년 후, 즉 이스라엘이 독립한 해로부터 40년 후인 1988년을 지목했고, 팻 로벗슨은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2004년도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 차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둬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직통 계시를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개표 결과 그것이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로 당선된 케이스 중 하나였습니다.
2006년도엔 미국 서부 해안에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려와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07년엔 미국에 핵폭탄을 맞은 것에 버금가는 큰 테러가 발생할 것을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역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2012년에는 하나님께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를 보여주셨다고 하며 오바마가 재선에 실패하고 미트 롬니가 당선될 것을 암시했는데 역시 불발했습니다.
그런데 팻 로벗슨도 여느 현대판 예언자들처럼 예언이 빗나갈때면, 특히 재앙에 관한 예언이 빗나가면 으레 다음과 같은 변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하나님의 사람들이 기도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우리를 피해 가게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요나의 니느웨 멸망 예언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와 같다고 하면서 도망갈 구멍을 항상 뚫어 놓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의 사역이 아직도 건재하고 그의 아들이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기독교가 얼마나 얄팍하고 분별력이 없는지를 말해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대 기독교에 그가 TV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폭풍우에게 멈추라고 부탁하지 말고 멈추라고 말하십시오!
마음 속에 의심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그 폭풍이 멈출 것임을 의심 없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재정이 충분하게 지원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돈을 소유하기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정신으로 그 돈의 냄새를 맡고 만지고 느끼십시오.
그 돈이 성령 안에서 이미 당신의 것이라면, 그것은 동시에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역시 당신의 것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님에게 하나의 기적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하나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 즉 말로 표현하는 말씀을 놓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질병과 귀신과 아픔과 폭풍과 재정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실제로는 하나님이 이미 우리에게 신적으로 권능을 받은 말씀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권한을 주셨음에도 하나님에게 행동해 달라고 계속해서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권위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는 돈에게 우리에게 오라고 명령해야 하며, 폭풍에게 멈추어 잠잠하라고 명해야 하며, 귀신들에게 나가라고 명해야 하며, 다리에게 자라나라고 명해야 하며, 암덩어리에게 떠나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구제불능 그 자체라고 해야겠지요.
한국의 어떤 대형교회 목사를 연상케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창세전 목적인 교회를 알지 못하니까 이런 무당 푸닥거리 같은 소리를 해도 분별을 하지 못하는 게 현대의 많은 기독교인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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