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제가 TV 설교자로부터, 설교 테잎에서, 목회자 수양회의 집회에서 들은 직통 계시를 예로 들었는데, 이런 것 말고 제가 코 앞에서 직접 듣고 접한 황당한 직통 계시라는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오래 전 대학시절 예수님을 믿게 된 후 몇 년 되지 않았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그때는 제가 주님께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아직 신앙 전반에 걸쳐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할 때라서 분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곳에서 교회생활을 함께 하던 분이 거기서 차로 두시간 반쯤 떨어진 도시로 이사를 갔었는데, 어느날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와 다른 두 사람을 자기 집으로 오게 해서 자기 부부와 며칠 함께 지내게 하라는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들었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다른 두 사람은 한겨울에 내린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를 기어가듯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계시라니까 그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꼬박 사흘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분의 간증과 하나님께 들었다는 온갖 계시를 듣는 일방적인 모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분이 얼마 전에 그 도시의 한인교회 집회에서 안수를 받고 방언과 방언 통역의 은사를 받았는데 그 후로부터 계속 계시가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받은 계시가 하도 많아서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그것들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는데 가서 보니 그가 받아 적은 노트북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받았다는 계시의 내용은 지금 너무 오래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중에 하나님께서 자기 부부에게 새 집을 사라고 하시면서 그 집에 관해 조목조목 알려주셨다는 것 같은 식의 자기 신상에 관한 것들, 그리고 역시 그 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신상에 관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분은 평소에 아주 조용하고 참하던 삽십대 초반의 애 엄마였는데 소위 성령체험이라는 것을 한 후부터 적극적으로 변했다는데, 얼마나 적극적이던지 우리를 앉혀놓고 끊임없이 설교를하고 자기가 받은 계시대로 우리가 순종하지 않으면 큰 일날 것이라고 경고할 때는 카리스마가 넘쳐났습니다.
우리 앞에서 방언을 하고 또 금방 통역을 하면서, 그리고 즉석에서 받았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말 할 때는 정말 신들린 듯 에너지가 넘쳐났습니다.
그곳을 방문한 우리는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2박 3일을 지낸 후 이것이 과연 성령의 역사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저녁 그분에게서 또 전화가 왔는데 저를 향한 하나님의 직통 계시가 임했으니 순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보고 지금 당장 자기 집으로 달려오라는 계시였는데 이번에는 열 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계시하셨다는 그 열 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빨리 그들에게 연락해서 다 데리고 그날 밤 안으로 자기 집에 오라고 독촉했습니다.
저는 그분 집을 방문한 날부터 며칠 동안 긴가민가 했었다가 그 전화를 받으며 그분이 받았다는 은사와 계시라는 것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는 그 열 명 중 다섯 명은 제가 아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다섯 명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고, 또 제가 아는 다섯 사람도 학위를 받은 후 전원 타지로 이사를 가서 어디 사는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그날 밤 안으로 그 열 명을 다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면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는 수소문해서 알린 다음 그들이 축지법을 써야 올 수 있는 상황이고. 제가 모르는 사람들은 어디 사는 누구인지를 하나님께서 직통 계시로 다시 알려주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을 잡고 즉시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곧 이어 여러 번의 집요한 전화 독촉과 함께 순종하지 않으면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경고를 들으니 한동안 전화 벨소리가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그 후로 그분을 잊고 지냈는데, 15년쯤 후에 로스 앤젤레스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그분 부부를 만나게 되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의 기억엔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분의 카리스마 넘치던 얼굴과 전화상으로 빗발치는 경고를 했던 그분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는데, 그때 식당에서 만난 그분의 모습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그냥 참하고 조용했었던 원래의 그분 모습이 아니라 뭔가 피하는 듯하며 전혀 말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금은 아예 교회생활을 하지도 않고 예수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겪었던 또 하나의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 있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원룸에서 살 때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또한 끊임없는 직통 계시를 하나님에게서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교회 대학부의 한 자매에게서 온, 자기를 좀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 보니 그 자매의 기숙사 방 앞에서 저의 룸메이트가 문에 기대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자매가 학교 수업에 가야 하는데 그가 문 앞에 버티고 있어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그 자매를 수업하러 가도록 도와준 다음,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이 생생한 음성을 들려주시며 계시를 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기 위해 자기가 그러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용인 즉,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그 자매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 이름을 예수라 하라는 계시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황당하다 못해 그가 너무 불쌍해서 그를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망상에서 벗어나게 해보려고 몇 달 동안 애를 썼는데 실패하고 말았니다.
그 몇 달 동안 별의 별 에피소드가 많았고, 그 자매도 끊입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기 위해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를 부모님이 정신과 치료를 위해 미국 서부에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후로도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이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도 자기를 막을 수 없다며 집을 탈출하여 버스를 타고 60시간이 넘는 대륙횡단을 해서 다시 나타나는 등 골치를 썩이곤 했습니다.
소위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든가 하나님에게서 직통 계시가 내려왔다든가 하는 얘기를 들을 때 그것을 어디까지 우리가 믿을 수 있을지를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위에 언급한 저의 경험 같은 경우는 금방 혹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분별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립니다.
그래서 이런 이슈를 놓고 오늘날엔 절대로 직통 계시가 있을 수 없다는 그리스도인들로부터, 그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아주 자연스런 신앙생활일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금년 12월에 한국에 전쟁이 있으리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여자의 주장처럼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강권에 의한 것이라는 경우까지 극에서 극이 존재합니다.
기도 응답에 관해서도 소위 기도의 아버지라는 조지 뮬러나 리즈 하월즈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체적인 기도 응답을 받았다는 사람들로부터, 일일이 기도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이미 아시고 필요하면 다 주신다는 사람들까지 극과 극이 존재합니다.
뭐든지 다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 받아야 한다는 신앙은 얼마 전에 제가 언급했던 월드컵 축구시합을 위한 기도나 수능을 놓고 하는 기도의 예에서처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직통 계시와 기도 응답에 관해 우리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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