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던 이스라엘이 하나님께서 주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것과 대조적으로, 멸망 당할 운명에 처했던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은 원래는 전혀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서 자손 대대로 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여리고성 사람들이 볼 때는 자기 민족을 배신하는 매국노였지만 라합은 하나님 앞에서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하나님께 송두리째 거는 믿음의 결단을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2천 년 동안 야고보서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에게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믿음의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약 2:19 – 26).
이렇게 진리 편에 서서 비싼 대가를 치른 라합에게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셨는지를 성경에서 살펴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고 감동적입니다.
“여호수아가 그 땅을 정탐한 두 사람에게 이르되 그 기생의 집에 들어가서 너희가 그 여인에게 맹세한 대로 그와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어 내라 하매
정탐한 젊은이들이 들어가서 라합과 그의 부모와 그의 형제와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어 내고 또 그의 친족도 다 이끌어 내어 그들을 이스라엘의 진영 밖에 두고
무리가 그 성과 그 가운데에 있는 모든 것을 불로 사르고 은금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의 집 곳간에 두었더라
여호수아가 기생 라합과 그의 아버지의 가족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살렸으므로 그가 오늘까지 이스라엘 중에 거주하였으니 이는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정탐하려고 보낸 사자들을 숨겼음이었더라.” (수 6:22 – 25)
히브리서의 기자도 히브리서 11장에서 노아,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모세, 다윗 등 구약의 기라성같은 모든 믿음의 사람을 열거할 때 라합을 포함시켰습니다.
“믿음으로 기생 라합은 정탐꾼을 평안히 영접하였으므로 순종하지 아니한 자와 함께 멸망하지 아니하였도다.” (히 11:31)
그리고 라합을 포함한 모든 믿음의 사람들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히 11:38)
한 마디로 ‘세상이 못 말리는 사람들’, 또는 ‘세상이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 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리 곧 ‘거꾸로 사는 삶’을 말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사는 삶의 표준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또 다른 형태의 몸인 교회가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1세기의 많은 교회가 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못 말리는 사람들’로 살아간 것입니다.
이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교회로서 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보여져야 할 모습입니다.
이 세상을 역행하는 과감한 믿음의 결단,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결행하는 실천 없이는 우리가 이런 삶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라합이 바로 이렇게 한 사람이었다고 성경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정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중 왕인 다윗의 조상을 거슬러올라가 기록한 룻기의 말미에 있는 다윗의 족보, 그리고 마태복음 1장에 기록된 우주의 왕중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가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의 중심에 라합이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베레스의 계보는 이러하니라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았고 람은 암미나답을 낳았고 암미나답은 나손을 낳았고 나손은 살몬을 낳았고
살몬은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더라.” (룻 4:18 – 22)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나손은 살몬을 낳고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 왕을 낳으니라…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으니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 (마 1:3 – 16)
라합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결단은 결국 그녀를 다윗 왕의 고조 할머니가 되게 하였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후손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시는 통로가 되었음을 성경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는 대열에 끼게 된것, 정말 영광스럽지 않습니까?
라합이 자신의 믿음의 결단이 이런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게 할 줄을 알고 모험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하나님 편을 택한 것은 그녀가 하나님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입니다.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목적과 뜻에 과감하게 믿음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세상을 거꾸로 살지 못하는 이유를 라합이 우리에게 잘 알려줍니다.
하나님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없이 편안하게 교회를 다닙니다.
하나님이 누구인지, 어떤 분인지, 그분이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이지도 모르면서 예배당에 앉아 예배하고 무턱대고 봉사하면 되는 줄 압니다.
또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가치관을 갖고도 기독교 종교생활에 열심을 냅니다.
라합이 오늘날 이 땅을 방문한다면 아마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보고 기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라합이 어느 정도로 하나님을 믿었는지는 그녀가 매국노의 길을 택하고, 두 정탐꾼을 숨겨준 다음, 여리고왕이 보낸 특수요원들을 따돌리고 난 후 이스라엘 정탐꾼들에게 한 말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라합이 그들에게 한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합니다.
“말하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주민들이 다 너희 앞에서 간담이 녹나니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로 말미암아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
그러므로 이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도록 여호와의 이름으로 내게 맹세하고 내게 증표를 내라
그리고 나의 부모와 나의 남녀 형제와 그들에게 속한 모든 사람을 살려 주어 우리 목숨을 죽음에서 건져내라.” (수 2:9 – 13)
그리고 난 후에 취한 라합의 행동이 그녀의 믿음의 결단을 대변해줍니다.
“라합이 그들을 창문에서 줄로 달아 내리니 그의 집이 성벽 위에 있으므로 그가 성벽 위에 거주하였음이라
라합이 그들에게 이르되 두렵건대 뒤쫓는 사람들이 너희와 마주칠까 하노니 너희는 산으로 가서 거기서 사흘 동안 숨어 있다가 뒤쫓는 자들이 돌아간 후에 너희의 길을 갈지니라
그 사람들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에게 서약하게 한 이 맹세에 대하여 우리가 허물이 없게 하리니
우리가 이 땅에 들어올 때에 우리를 달아 내린 창문에 이 붉은 줄을 매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버지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
라합이 이르되 너희의 말대로 할 것이라 하고 그들을 보내어 가게 하고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니라.” (수 2:15 – 21)
라합은 이스라엘 정탐꾼들을 창문을 통해 줄로 달아 내리고, 그들을 탈출시키자 마자 즉시 그들이 약속한 붉은 줄을 매달았습니다.
라합의 행동은 야고보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 (약 2:26) 이라는 설명하기 위해 왜 그녀를 예로 들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그 후로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너와서 여리고성이 무너지기까지 라합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마 가슴을 졸이며, 때로는 의심이 일어나기도 하며 기다리고 버텼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이 금방 와서 여리고성을 함락할 줄 알았는데, 웬걸 그들은 작전을 수립하고 자신을 성결하게 하는데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또 요단강을 건너는가 했더니 길갈에 진을 치느라고 시간을 또 보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했더니 이번엔 할례를 행하고 상처가 낫기를 한참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에 도착해서 공격을 시작하겠구나 했는데 공격은 하지않고 여리고성을 한 바퀴 돌기만 하고 끝냈습니다.
그 이튿날, 그 이튿날… 6일 동안 똑같은 행군만 반복했습니다.
라합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래도 그녀는 하나님을 정확히 알고 그분이 행하실 일을 믿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고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라합의 이런 믿음은 가나안을 코 앞에 두고도 못 들어간 애굽에서 나온 절대 다수의 이스라엘 백성을 부끄럽게 하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믿음은 오늘날 하나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교회생활의 안식을 코 앞에 두고도, 그런 안식은 죽은 다음 요단강 건너 천국에 가야만 가능하다는 기독교 전통 교리의 추종자들을 꾸짖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히브리서 기자의 이 말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또 하나님이 누구에게 맹세하사 그의 안식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셨느냐 곧 순종하지 아니하던 자들에게가 아니냐
이로 보건대 그들이 믿지 아니하므로 능히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워할지니 그의 안식에 들어갈 약속이 남아 있을지라도 너희 중에는 혹 이르지 못할 자가 있을까 함이라
그들과 같이 우리도 복음 전함을 받은 자이나 들은 바 그 말씀이 그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것은 듣는 자가 믿음과 결부시키지 아니함이라
이미 믿는 우리들은 저 안식에 들어가는도다.” (히 3:18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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