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 눈에 띄는 참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습니다. 맨날 싸우고, 죽이고, 자살하고, 사기치고… 하는 기사들로 도배를 하는데 그중 저에게 눈길을 준 기사는 한 미국 야구팀의 열혈 팬인 한국 사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30대 후반의 남자 이성우씨가 20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즈(Kansas City Royals)의 골수 팬이 되었고 그가 팬이 된 후 처음 캔자스시티 구장을 방문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신문에 기사로 등장한 것입니다.
조선닷컴에 나온 신문 기사의 내용을 간추리면 대략 이렇습니다.
이씨는 1995년 AFKN(주한미군 방송)을 통해 우연히 캔자스시티 로얄즈 경기 장면을 본 뒤 Kansas City 맨 앞 글자인 대문자 K의 모양에 마음이 꽂혀 팬이 되었다.
로얄즈는 1986년 이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약체 팀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팬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시간대에 벌어지는 로얄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20년 내내 새벽에 일어나서 빠짐없이 경기를 시청했다.
이런 로얄즈 열혈 팬이 한국에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설’처럼 미국 현지 팬들에게 알려졌고, 아예 이씨를 초대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미국의 캔자스시티 로얄즈 팬들이 모금을 시작했고, 결국 이씨를 초청하여 미국 방문 체류 비용 전액을 그들이 부담했다.
처음으로 캔자스시티를 방문한 이씨는 극진한 VIP 대접을 받았는데, 홈구장 카우프먼 스타디움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경기장까지 견학했고, 로얄즈의 전설적 야구선수 조지 브렛을 직접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영광도 누렸다. 그리고 시구를 한 뒤 중계 부스에 등장해 TV 출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로얄즈는 이씨가 온 다음 치른 7경기를 모두 이기며 8연승을 이어갔다. 이씨가 시구한 8월 12일 승리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강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제치고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씨는 경기 후 로얄즈가 벌이는 승리 세리머니도 함께했다.
이미 캔자스시티 팬 사이에선 15일 귀국할 예정인 이씨를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씨는 “미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로얄즈가 연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전이면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라서 한국의 야구 팬 대다수가 그가 속한 로스 앤젤레스 다저스를 응원했고, 또 최근엔 추신수 선수와 류현진 선수가 진출하여 대부분 그들의 팀을 응원할 텐데 초지일관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캔자스시티 로얄즈의 골수 팬으로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니 로얄즈와 팬들이 그를 VIP로 대접할만 하겠지요.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 이런 VIP 대접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성경에도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VIP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복음 19장에 나오는 우리가 잘 아는 여리고의 세리장(여리고시의 국세청 지청장 격)인 삭개오라는 사람입니다.
그가 부자였는데 그것은 보나마나 토색(지정된 세금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강압적으로 징수해서 나머지를 가로채는 것)해서 재산을 불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세리를 인간말종으로 여겨 다른 몹쓸 죄인이나 창기들과 동일시했는데, 세리장이면 인간말종 중의 상 말종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권력자인 삭개오의 면전에서는 굽실대다가 뒤에서는 손가락질 하고 저주를 퍼부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잘 아는 그는 진정한 친구 하나 없이 마음 속으로는 늘 외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의 귀에 예수라는 사람이 메시아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병든자를 고치고, 눌린자, 소외된 자, 가난한 자에게 관심이 많고,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과는 차원이 다른 말씀을 하는 분이 오셔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게다가, 예수는 “세리와 죄인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과 식사를 함께 할 정도로 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예수가 방금 전 여리고성에 왔다는 따끈따끈한 뉴스가 삭개오에게 전해졌습니다. 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했겠지요.
그래서 그는 “예수께서 어떠한 사람인가 하여 보고자”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눅 19:3).
헌데, 마치 무하무드 알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연도에 환영 인파가 가득했던 것처럼 예수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빈틈없이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삭개오가 키가 작아서 아무리 점프를 해봤자 예수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는 정신없이 앞으로 뛰었습니다. 저 앞 예수가 지나갈 길목에 있는 뽕나무 위로 올라가서 한눈에 예수를 보고자했던 것입니다.
평소에 거들먹거리며 폼잡고 걷던 여리고시 국세청 지청장의 귀하신 몸이 원숭이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서 떨어질세라 나무를 꽉 붙잡은 것입니다. 가뜩이나 멸시천대를 받는 주제에 손가락질을 몇 곱절로 받기 딱 맞는 짓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뭇사람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삭개오의 호기심이 포기를 모르고 창피를 무릅쓰는 집념의 행동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예수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경멸의 시선을 받으며 다시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겠지만, 삭개오는 예수가 누군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나무 위에서 한참 동안 버텼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그때였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눅 19:5)
삭개오는 자기 귀를 의심했을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라는 분이 나같은 인간말종의 집에 오셔서 나와 함께 식탁교제를 하시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메시아가 삭개오를 VIP로 대하겠다는 말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순간적으로 그는 예수님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되니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여 영접하거늘.” (눅 19:6)
그리고는 아직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삭개오는 예수님께 다음과 같이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토색)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눅 19:8)
이것은 평생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좇으며 살아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죄인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인간말종이란 지탄을 받아도 아랑곳없이 오로지 돈, 돈, 돈 하며 무자비하게 돈을 갈취했던 사람의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는 웬만해서 보기 힘든 불가능 그 자체입니다. 한 마디로, 알거지가 되어 굶어 죽어도 이제 여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엇이 삭개오로 하여금 그런 혁명적인 결단을 내리게 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적어도 삭개오가 깨달은 복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줍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눅 19:9-10)
유대인인 삭개오가 언제는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었습니까?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우리는 무엇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리고성에서 예수님을 환호하던 그 많은 사람 중 삭개오말고는 예수님의 VIP가 된 사람을 볼 수 없는데 어째서 그럴까요?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예수님의 VIP가 된 사람이 오늘날 내가 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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