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주일 성수의 문제 (4)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26

주일 성수의 문제(4)

<유기적 교회의 방해요소 (8)>

 

‘주일 성수’ 라는 것이 성경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신약성경이 그리고 있는 유기적 교회가 세워지는데 방해를 놓는 율법신앙임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유기적 교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전통적인 교회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교회를 고수하려면 주일 성수는 거의 필수에 속할 것이므로, 제가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주일 성수’의 주제를 뒤로 하고 다음 주제로 가려다가, 요즈음엔 사람들이 ‘주일 성수’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지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저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을 아래와 같이 공격하는 설교가 있어 잠깐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그런데 주일 성수를 무시하고 등한시하는 사람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명령은 구약의 명령이기 때문에 신약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안식일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신약시대에 와서는 모든 날이 주의 날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일을 거룩하게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주 5 일 근무제도가 실현되고 있는 지금 일요일 대신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모여서 예배를 드려도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와같이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섭리와 의도를 알지 못하는 무식하고 무식한 사람들이고 무례하고 무례한 사람들이고 하나님의 섭리와 의도를 거역하는 반역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920년대 한국교회에 큰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김익두목사님은 ‘주일을 거룩히 지키자’ 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주일은 하나님의 날로 정했습니다. 이날은 하나님의 날이요 거룩한 날이 되어서 구약시대에는 일하는 사람은 다 때려 죽이라고 하였습니다.  주일 범한 사람들은 구약시대 같으면 다 때려 죽일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때려 죽이지는 않지만 죄는 죄입니다.’

저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사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즉 기독교의 역사적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적 유행에 영합하며 주일 성수를 무시하는 목사들은 무서운 죄를 범하는 죄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일 성수와 두려움

 

설교에서 위와 같은 말을 들을 때 일반적으로 교인들은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주일 성수가 성경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절대 옳다는 것과 아울러 주일을 성수하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식의 경고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내용에다가 예화나 간증을 곁들이면 (특히 주일 성수 하지 않고 딴 곳에 갔다가 사고가 난 부정적인 예화나 간증을 양념으로 첨가하면), 주일 성수에 대한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입니다. 두려움으로 신앙을 지키게 하는 율법신앙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그리스도인이 안식일인 주일을 지키기 위해 마음 속에 두려움을 품고 교회당에 갑니다. 이것이 진정 안식하는 것입니까? 벌 받지 않으려는 동기로 순종하는 것이 믿음입니까?

 

한국 교인들은 특히 하나님께 벌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불순종하고 죄 지을 때 벌 주시는 분임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덮어놓고 아무거나 다 벌 받는 것과 연관짓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종의 기독교 미신인데, 그것은 하나님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샌 프란시스코 인근에 살던 1989년 그곳에 대지진이 발생해서 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다리가 끊어지고, 고가도로가 내려 앉는 등 재산 피해가 막심했고 사상자도 많이 생겼는데, 그 때 어떤 한국 목사님이  “샌 프란시스코에 동성연애자들이 많아서 하나님께서 벌을 주셨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몇년 전 뉴 올리언즈가 허리케인에 의해 둑이 터져 물에 잠겼을 때도 그런 식으로 말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얼마 전 일본에 쓰나미가 왔을 때도 “일본이 우상을 섬겨서 하나님께서 벌 주셨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쉽게 말해버립니다. 하나님이 벌 주시는 분이라는, 두려운 하나님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6년 열렸던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첫 게임으로 아프리카의 토고와 붙었을 때 전반전에 한 골을 먹고 지고 있었는데, 후반 시작 전 “한국이 우상 섬기는 나라인 토고를 이기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더니, “후반전에 하나님께서 믿음의 전사 이천수 선수와 안정환 선수로 하여금 골을 넣게 하셔서 2대 1로 역전하여 이겼다”는 식의 황당한 간증을 한 어떤 목사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는 한국은 복 받았고, 우상 섬기는 토고는 하나님의 벌을 받았다는 논리입니다. 근거 없는 논리이기 때문에, 그 분은 한국팀이 예선 마지막 게임에서 하나님도 잘 믿지 않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나라 스위스를 상대로 한 골도 못 넣고 져서 예선 탈락했을 때는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벌 받은 예화는 넘쳐납니다. 십일조 하지 않아서, 새벽기도 하지 않아서, 또는 주일 성수 하지 않아서 벌 받은 예화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십일조 열심히 했는데도 더 가난해지고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얘기는 예화에 등장하는 법이 없습니다.

또 주일에 교회당에서 예배 드리다가 지붕이 내려 앉아 죽은 경우나 새벽기도하러 교회당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경우엔 무슨 순교 비슷한 것으로 미화시켜버리기도 합니다. 도무지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논리에 맞지 않는 예화나 논리에 맞지 않는 성경의 proof texting으로 두려움을 조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에 교인들이 넘어가고 세뇌 당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일 성수가 자신의 신앙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 자발적으로 주일 성수 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이런 식으로 성경구절과 예화와 간증 같은 것을 동원해서 두려움을 조장하는 율법신앙은 해롭습니다.

 

 

주일 성수를 해야된다는 율법신앙이 왜 해로운가?

 

주일 성수를 꼭 해야된다고 강조하는 율법신앙이 해로운 이유는 그것이 예수님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교인들에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율법을 완성하시고 우리에게 참 안식과 쉼을 주신 것과 상반되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요즈음의 이슬람교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옛날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이 일반 유대인들에게 지운 전형적인 율법신앙의 현대판 작품입니다.

 

옛날 유대인들에겐 안식일법이 가장 중요한 법 중 하나였으므로 안식일을 잘 지켜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온갖 황당한 조항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안식일 계명에 저촉되지 않고 지켜야 할 영역이 무려 39가지나 되었습니다. 그것은 구약성경에 일(labor, 노동)이라는 말이 39번 등장한데서 연유했다고 합니다.

이것부터 벌써 말도 안되는 발상입니다. 거기엔 땅을 경작하는 법, 씨를 뿌리는 법, 수확하는 법, 단을 묶는 법, 타작하는 법, 빵을 굽는 법… 등 일일이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되고, 이러면 안되고, 저러면 안되는 조항이 가득했습니다.

 

그중에 여자가 안식일에 거울을 보면 안되는 조항이 있는데, 그 이유는 거울을 보고 흰머리가 있으면 빼고 싶은 마음이 들까봐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겐 흰머리를 빼는 것이 일하는 것이므로 아예 일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율법입니다.

또 안식일에 바위에 침을 뱉으면 괜찮지만 흙에 침을 뱉으면 안되는데, 그 이유는 흙에 침을 뱉으면 침과 흙을 이겨서 뭘 만드는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역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율법입니다.

요한복음 10장에서 예수님이 안식일에 왜 흙에 침을 뱉어 이겨서 소경의 눈에 바르셨는지 그 의도가 보이지 않습니까? 주님께서 일부러 그들의 안식일법을 범하신 것입니다.

 

요즈음은 현대판 안식일법 조항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안식일에는 pen을 가지고 다니면 안되는데, 그 이유는 그것으로 글을 쓰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는 안식일에 엘리베이터가 모든 층에 다 서도록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랍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일이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일이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입니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황당해서 웃지만 그들은 심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주일 아침 예배만 드리고 저녁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은 주일 성수를 절반만 한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아주 심각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혼자 그렇게 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남에게 강요하고 두려움을 조장시키는데 있습니다. 이전의 바리새인들이 갖고 있던 태도입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아주 싫어하셔서 그들의 안식일법을 노골적으로 어기셨습니다.

 

이런 주님께서는 우리가 주님 안에서 항상 안식을 누리길 원하시지 특정한 날을 잡아서 거룩하게 지내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이 안식일이요, 안식년이요, 희년이요, 가나안 땅의 안식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안에서는 항상 주일입니다. 따라서 만약 그것을 성수 주일이라고 부른다면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날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기적 교회가 되려면 복음에 입각해서 이런 것들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측면으론 복음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론 방해요소들을 제거해야 신약성경이 제시하는 교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주일 성수를 해야 한다는 율법신앙이 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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